야구인가 축구인가, 그것이 문제다. 사실 난 해외축구 위주로 보지 K리그를 잘 보지는 않는다. 역으로 MLB에는 무관심하니 굳이 따지면 야구를 선택한다기보다는 국내 시장에서는 야구, 해외 시장에서는 축구를 선택한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그렇기에 중계문제를 가지고 K리그 팬들이 야구를 성토하는 것이 솔직히 반갑지는 않다.
허나, 그 답답함은 이해할 수 있다.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간단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K리그를 중계하랍시고 프로야구에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붓는 것을 볼때마다 이 싸움은 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all or nothing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 즈음부터 가끔보던 K리그도 잘 안보게 되었고, 프로야구가 망해도 K리그는 안 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그건 내 사정이고, 이런 상황에서 방송사들의 선택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분석의 편의를 위해 세상의 모든 중계는 야구와 축구밖에 없다고 가정하자. 두 경기의 시간은 겹친다. 그렇다면 방송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세가지이다. 하나는 야구만 중계하고, 하나는 축구만 중계하고, 하나는 둘 다 중계하는 것이다.
방송국의 수익구조에 대하여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시청률 0.1%에 목을 맨다는 케이블TV의 시청률이 가지는 현실도 일반 스포츠 팬이 알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그렇다면 간단하게 둘 중 하나다. 스포츠채널이 그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에 야구만 중계한다든가, 경제논리 이외의 무언가의 이유로 야구만 중계한다는 점이다.
두번째 이유는 아무리 봐도 음모론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야빠기자 같은 수식어로 언론을 설명하는데, 실제로 자기들 밥줄 거는 언론사나 방송사들이 단순히 특정 종목에 집착한다고 보기 위해서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 치고 신중함은 커녕 제대로 된 근거보다 심증에 의존하고 있다.
사실 이 일이 복잡한 것은 첫번째 이유 때문이다. 얼마나라는 부분은 잠시 넘어가고, 일단 야구 중계가 축구 중계에 비해 더 돈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들어가보자. 그렇다면 지금처럼 스포츠채널이 야구중계만을 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이것은 어떤 당위의 문제를 넘어 방송이라는 것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선 야구중계를 선택한 방송사가 야구중계 뿐 아니라 그 재방송, 하이라이트 등에 몰입하는 것은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다. 분석에 따라서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는 방송국의 선택이지 방송국이 야구만을 편애한다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이렇게보면 남은 것은 그 선택이 과연 사회적인 방송의 역할에 맞느냐는 부분이다.
지상파를 제외한 케이블채널은 기본적으로 지상파보다 다양한 채널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자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도 크다. 즉, 원론적으로 지상파와 같은 공익성을 요구하기가 힘든 구조이다. 하지만 무작정 수익만을 위한 방송 역시 규제나 지탄의 대상이 된다. 스포츠채널에서는 이를 구별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허나 종목의 선택 정도는 방송사의 문제라고 본다. 수익문제도 문제려니와, 방송사에게 예능을 찍으라고 제한할 수는 있어도 무한도전을 찍든 1박2일을 찍든 이건 방송사가 알아서 할 일이다. 공영에서조차도 이런데 스포츠채널이 찍을 종목조차 제한받는다면 그것은 케이블채널이라는 것이 무색해질 정도의 개입이다.
설령 스포츠채널에 다양한 종목을 보여줘야 하는 당위가 있다 하여도 이는 축구의 몫이 아니다. K리그가 아무리 위기라도 군소 종목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물론 지상파는 얘기가 다르다. 허나 지상파에서는 야구라고 그렇게 나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모든 것은 방송사의 선택이라는 것 이외의 답이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답은 어디까지나 시청률이다. 그런 의미에서 TV조선의 K리그 중계는 매우 의미있다. TV조선은 위기의 종편으로서 안정적인 컨텐츠를 확보할 수 있고, K리그 팬은 질좋은 중계를 볼 수 있다. TV조선을 통해 압도적인 시청률로 K리그의 위력을 보여주는 것이 시청자들의 선택이다.
TV조선의 중계는 호평 속에 괜찮은 시청률을 보였다. 솔직히 이것으로 야구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앞으로 시청자들이 할 일은 괜한 방송사 탓하거나 옆 동네 탓하는 것이 아니고, 중계 잘하는 방송사에 정치얘기를 읊어대는 태평함도 아니다. 중계를 보는 것이다.
어차피 방송사의 현실은 돌고돈다. 지금 야구나 축구를 중계하는 케이블채널 들이 앞으로의 인기 상황과 중계권료 등의 문제에 있어서 어떻게 합종연횡할지 모르는 일이다. 경기가 재미없다, 중계화면이 별로다는 식의 말은 할 필요도, 들을 필요도 없다. 그건 보다보면 자연히 없어지고 자연히 해결될 일이다.
이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르는 문제이다. 지금은 힘들어도 없고 열악한 중계나마 그냥 보면 된다. 지금 좀 잘나가 HD 중계라고 해봐야 그냥 보는것 뿐이다. 그 이외의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왜 항상 남의 탓을 하면서 무의미한 얘기를 되풀이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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