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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의식과 야당의 공간

1.

오늘 발표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접할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이건 아무리봐도 선거 전부터 누군가가 먼저 생각해놓은 것 같다. 이걸 윤석열 캠프가 선거 전에 들었는지 당선되고 나서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광화문이 다소 맞지 않는 옷이지만 억지로라도 어떻게 입을까 고민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용산은 맞는 옷을 언제 어떻게 입을지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처음 광화문 이전 공약을 두고는 과거 문재인 정권이 못했던 것처럼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보니 좀 떨떠름하게 본게 사실인데, 용산 얘기가 나오고 난 뒤에는 확실히 해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 민주당이 거의 반대를 위한 반대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게 생각보다 윤석열이라는 정치인의 색깔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일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2.

사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지금 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금이 아니면 못한다'는 것 때문이다. 세간살이 다 들어간 집에서 바로 이사하는게 애매하듯이, 한 번 청와대 들어가고 나면 나오기는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도 못한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문재인 정권은 인수위도 없었고, 문재인 정권이 더 권위적이고 비민주적이 된 것이 꼭 그것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는 워낙 다른 이유도 많아서 애매하긴 하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불편한 진실이지만, 윤석열 당선인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말에 공감한다. 사람이 바뀌는게 중요하지 공간이 중요한게 아니라는 얘기도 한 10년 전이라면 타당하다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말을 하고 싶다고 하면, 특히 좌파 쪽에서 그런 말을 한다면 우선 광화문 기억공간, 김해 봉하마을, 제주 구럼비 바위 이런 것부터 좀 치우고 나서 그런 말을 했으면 한다.

나머지 이전 비용이라든가 그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는 사실 이전을 한다고 결정을 했으면 결국 따라올 부분이다. 어디로 이전하든 비용은 들어가며, 그로 인하여 기대되는 부분도 있고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그 비용에 대한 면밀한 계산이나 이전에 따른 영향에 대한 파악은 분명 고려대상이 되기야 하겠지만 그로 인한 문제가 하나도 없어야만 한다면서 버티는건 그냥 어떻게든 발목잡고 갑질하겠다는 수작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그 수작질 중이다. 문재인이 나랏돈을 펑펑 써댄게 얼마인지 숫자도 볼 줄 모르는 것처럼 굴던 사람들이 갑자기 작은정부 신봉자라도 된 듯 온갖 비용을 멋대로 추산을 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웃기고, 북한이 국민을 총으로 쏴죽이고 나라의 재산을 폭탄으로 날려도 김여정 앞에 기어다니며 한미연합훈련 안하려고 기를 쓰던 인간들이 이제는 국방부 이사조차 막아서는 애국자가 되어있다.

3.

다만 이전 자체에는 찬성하더라도 아쉬운 점은 있다. 우선 용산이라는 대안이 선거 끝날때까지 거론되지 않다가 너무 갑자기 나왔다. 때문에 민주당이 계속 졸속 이전을 가지고 물고 늘어지는데, 아이디어 자체는 이전에 있었고 국방부나 합참의 이전 계획도 이미 다 나온거라지만 민주당이 이전 자체에 반대하는게 아니라 속도에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면 입장이 궁색해진다. 민주당이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또 하나는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은 단순히 공간의 이전 분 아니라 조직이나 인사의 개혁과 같이 맞물려서 얘기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집무실 이전의 문제가 워낙 커지면서 다른 부분이 얘기되지 않고 있다. 이걸보면 확실히 공간이 의식을 지배하는 것 같기도 하고, 국민의힘에서는 이 부분을 좀 도와주는 사람이 없는건가 싶기도 하다. 이제 막 정권잡은 국민의힘이 청와대 줄이는걸 그렇게 원하는지 역시 모르겠지만.

이런 문제들은 결국 윤석열의 막차타기를 또 생각나게 만든다. 선거기간 내내 계속 막차만 타오면서 사람 가슴 졸였는데, 윤석열은 이렇게 늦어서 손해를 보더라도 항상 자신이 위치를 선점하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상대를 세운다. 물론 위치를 잘못 잡았다 싶으면 바꾸는 것 자체에 고집을 부리지는 않지만, 노련함이 아쉬울 때가 종종 보인다. 아직은 정치 신인 들으면서 용인되겠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4.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것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이 윤석열에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것이라는거야 알고 있었지만, 이건 단순히 문재인이 못했던 정책을 윤석열이 하려고 드니까 그러는게 아니다. 특히 탁현민이 '우리가 쓰면 안되나'라는 말을 하고, 민주당에서 선거전 때 쓰던 무속 프레임을 또 꺼내는걸 보면서 마치 끝나지 않은 선거를 자신들끼리 계속하고 있는 것 같다. 참으로 오만한데, 지금 민주당은 그래도 된다.

사실 민주당은 바뀔 이유가 없다. 이재명을 내세워도 석패했을 정도로 충성 지지층이 확실한데 굳이 그걸 건드려서 뭐하겠는가. 그냥 지금처럼 그 충성도 유지하고, 거기에 우리편 될 사람 조금만 끼얹으면 된다. 그 조금이 페미이고, 그걸로 2030 여성표 좀 더 먹으면 결국 자신들이 이긴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그러니 대선에서 패했어도 고작 하는게 입만 살아있는 페미 한 명 위원장이라고 앉혀놓은게 전부 아닌가.

결국 대통령 집무실 이전 자체는 된다고 본다. 작금의 코로나 시국에 이걸 꼭 지금 해야하냐는 비판을 생각할 때, 그나마 윤석열은 지금 아니면 안된다는 이유라도 있지 민주당은 이걸 계속 붙잡고 늘어질 명분이 없다. 물론 문재인이 끝나는 마당까지 그렇게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걸 생각하면 그 정당이라고 크게 다를것 같진 않지만, 조만간 여가부 폐지라는 더 큰 전투가 뒤에 이어진다.

이건 선거전략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결사반대를 할 것이고, 국민의힘에서도 여가부 폐지 이상으로 전선 확대를 원하지는 않을테니 결국 이명박 정부 이상의 무언가를 얻어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성폭행 사건이 터져도, 성추행 당한 사람들에게 피해호소인이라 해도, 위안부 할머니 돈을 갈취해도, 형수 X지를 찢는다고 해도 민주당 찍은 사람들이 있는 이상 이 싸움은 장기전이다.

5.

마지막 기회를 간신히 잡았다고 그 다음 싸움이 편해지는게 아니다. 심판이니 뭐니 그런 뜨뜻 미지근한거 믿을 필요 없다. 지선이니 총선이니 지금 더 걱정이 되는게 국민의힘일까, 민주당일까? 민주당은 선거에서 졌지만, 바뀔 필요 없다는걸 국민들이 증명시켜 주었다. 그러니 가는 마당에 인사권 운운하며 꼬라지 부리는 대통령이나, 선거 개판으로 만들어놓은 위원장마저 감싸고 도는 그 정당이 나오는거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처음에 생각했던, 정치 신인이 아무것도 못하고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 되는 그림은 나오지 않아서 나름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이전에 그려놓은 그림들이 다 별로라면 차라리 백지 상태에서 뭘 그리나를 보는 것이 최소한 기대 이상은 되어주듯이 말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어설프게 작품 만들겠다면서 설치느니 차라리 막장드라마만 찍다보면 나름의 내공이라는게 생겨서 볼만해지는 그런 정도가 최선일 것이다.

작품성을 못 만들거면 시청률이라도 건져야 하듯이, 그 안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이 뭔가는 있지 않겠는가. 지금은 그 정도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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