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가끔 문제 상황을 두고 되도 않는 이상향을 읊조리는 사람들이 있어 아주 짜증나 미칠 지경이다. 아주 웃기는 노릇이다. 어떻게라는 방법은 쏙 빼놓은채 그저 함께 손잡고 나쁜놈을 무찌르자는 식의 유치한 신선놀음이 그렇게 좋은가보다. 진짜 정작 하는 얘기 들어보면 허황된 말을 가지고 그럴듯하게 포장하면 사람들이 그게 좋다고 또 우르르 달려든다. 아주 죽을 맛이다.

"우리는 우리의 저녁식사를 도살업자, 양조업자, 빵 제조업자의 인애심(仁愛心)에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에 기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박애가 아니라 그들의 이기심에 호소하며, 우리들의 필요성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에 대하여 언급한다."

 아담 스미스(A.Smith)의 국부론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이 말의 깊은 뜻은 커녕,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조차 없다. 그냥 이기적이면 나쁜 놈이고, 시장을 옹호하니 나쁜 말이고, 뭔가 거창한걸 내세우지 않았으니 옳지 않은 글이다. 그리고는 이래야 한다면서 대략 이런식으로 바꿔놓는다.

 "우리는 인류 공동체 전체의 공동의 발전을 위해 서로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빵을 만들며, 돼지를 잡고, 술을 빚는다. 우리는 각자의 이기심이 아니라 모두의 행복을 찾으며, 각자의 이익이 아니라 모두의 이익에 대하여 언급한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그런데 이건 그냥 아름다운 말일 뿐이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설계도는 예쁘라고 그리는 그림이 아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아름다운 말이면 그것이 당연하다는 양 멋드러진 말만 내뱉고 있다. 한 번 칼자루 쥐어주고 싶다. 어떻게 난리를 치나.

 결국 누굴 미워하고, 꼬투리만 잡아 비꼬고 놀리는 일 밖에 없는 사람들이 핑계는 좋다. 말은 많은데 건질것 없이 말은 잘한다. 또 그렇게 웃기는 짓을 자기 성질에 맞는다고 온갖 치사를 덧붙여가면서 이게 대단한 글이란다. 자기들 필요한 게 좋은거고, 자기들 입맛에 맞는게 정의이다.

 내가 달콤함의 색이 녹색이라 생각하면 그 근거는 달콤함에 대한 모든 좋은 말들이다. 녹색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격 근거는 달콤함에 대한 모든 좋은 말들이다. 뭔가 교과서적이고 당연한 말에 자기 얘기 좀 섞으면 그건 강력한 근거가 된다. 당연히 말이 안된다. 근데 사람들은 대단하다며 칭송을 보낸다.

 솔직히 말하는 사람도 웃기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웃기다. 그런 사람들이 그렇게 우리게 아닌건 다 좋은건 줄 알고 살고 있다. 더불어 뭔가 없어지면 나머지 모든게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알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저런 당연한 말들이 마치 자기것인양, 서로 좋은 말을 주고 받으면서 아름다운 울타리를 건설하고 있다.

 그렇게 이리 우르르, 저리 우르르 몰려다니다 보면 아주 자기들 사는 곳은 무슨 정의를 수호하는 지구방위대의 본거지라도 된 줄 아나보다. 그리고는 현실을 자기들 입맛대로 재단한다. 그러다 안 맞으면 온갖 선동과 조작, 자의적 해석을 일삼으며 자기 말 안들으면 나쁜놈 만든다. 독재, 독재 싫어하면서 말 안 듣기로는 독재보다 더하다.

 사람들이 모여서 더 멍청해지는 것은 종종 보지만, 어떻게 사람들이 더 모이는데 몰려다니는건 더한지 참 대단하다.

by 피그말리온 | 2009/11/26 01:41 | Article -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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