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gmalion

Kristania.egloos.com


포토로그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1.

 얼마 전, 우파들이 많이 모이는 한 유튜브 채널에 지금 황교안이나 김종인이 싫어도 일단 문재인부터 끌어내리자고 댓글을 단 적이 있었다. 그러자 거기에 누가 답변을 달았었는데, '지금의 통합당이 되어봐야 민주당이 되는거랑 똑같다'는 내용이었다. 어떤 임계점이랄까. 그 댓글을 본 다음부터는 선거에 대한 괜한 희망 같은 것은 가지지 않고 담담하게 결과를 기다렸는데, 역시나 세간의 예상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두 정당이 똑같이 85점을 목표로 시험 공부를 시작하였다면, 민주당은 코로나 사태라는 호재를 만나 80점만 넘으면 합격이 된 셈이다. 반대로 통합당은 85점 가지고는 통합당 내부에서 나오는 반발을 억누를 수 없다보니 90점을 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물론 공부를 월등히 잘한다면야 상관없겠지만, 그런 정당이었으면 왜 쌩초보 황교안이 거기서 대표하고 있었겠는가. 그나마 스터디 그룹까지는 만들고 공부라도 한게 용할 지경이다.

 통합한답시고 어설프게 땜질해놓는 것보다 간판만 민주를 세워도 확실하게 독선으로 가는게 낫다는게 증명됐다. 이건 환경의 문제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야 하지만, 그만큼 통합당의 선거는 어려웠고, 결국 많은 것을 잃으며 패하였다. 이게 단순히 황교안의 부족함이나 몇 가지 아쉬운 부분으로 설명되는 것이라면 어떻게 희망을 찾아보겠는데, 이건 지금 보수 진영의 어려운 과제가 해결되기 더 힘들어졌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상황이다.

2.

 무엇보다 수도권이 가장 큰 문제이다. 물론 수도권에서 패할거야 다들 알고 있던거지만, 의석을 뺏어오지 못한건 둘째치고 이 지역에 구심점이 되어줄 인물이 모조리 사라졌다는게 가장 큰 문제다. 정치 신인들을 발굴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다가올 대선에서 무차별적 포퓰리즘의 과실을 따먹는 것에 취해있는 수도권 사람들을 돌려세울 방법이 이들에게서 나올 것이라 생각하기는 힘들다. 편승하는 걸로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이후 보수 진영 내에서 벌어질 내홍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지금 보수 진영의 문제는 패배의 원인을 자꾸 안에서 찾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이 나라를 말아먹든 뭘하든 어떻게 유권자를 구워삶았는지를 찾아서 그에 대응해야 하는데, 자꾸 보수가 뭘 잘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얘기를 몰아가니 결국 무의미하게 선장만 바꾸는 것 말고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 황교안 못해서 쫓겨났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누가 그 자리에 설 것인가?

 이 두 가지 문제에 빨리 답을 찾지 못하면 지금 보수 진영 상황에서는 강경파가 득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만다. 여기에 더해 보수 진영이 확보해놓은 영남과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수도권이 갈라지게 된다. 하필 지금 민생당이니 국민의당이니 다 박살이 나면서 제3세력이라 할만한 정당이 없다. 거기에 여당은 문재인 친위대로 완전히 개편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구원자를 자처하며 분열의 깃발을 든다면 어떻게 될 지 끔찍하다.

3.

 민주당이 자신들이 그토록 욕하던 비례정당을 만들고, 언론 동원하여 코로나 국뽕으로 자신들의 공인양 포장하고, 온갖 위선과 오만을 보여주면서 정권 보위에 나섰다. 당연히 그게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게 얻는 1표도 어쨌든 1표이다. 이런 1표에 맞설 통합당의 무기는 무엇이었는가? 물론 코로나 사태로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통합당이 그것을 개발해내는 것에 실패했다는 부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만큼 통합당의 통합은 늦었고, 느슨했다. 결국 다들 각자의 무기를 들고 싸웠다. 차명진이 세월호라는 성역을 건드린 것 역시 그것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얼마나 통합당의 전략이라는게 느슨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건 누구의 문제를 떠나 앞으로 길게 보고 맞춰나가야 하는 부분인데, 이걸 먼저 꺼낸 사람에게 바로 창 끝을 겨누려 하는 지금의 보수 진영에서 이걸 잠재울 정치력을 누가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한 가지 더 깨달은 점은, 보수 진영이 통합당으로 힘겹게 단일 전선을 구축한 것에 반해 진보 진영은 선거로 정의당이나 민생당 등 제3지대를 알아서 부수며 민주당에게 힘을 몰아주었다는 부분이다. 되는 집은 이런 것도 되는구나 싶으면서도, 결국 보수의 통합은 필수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 시점에서 생각나는 사람은 역시 안철수인데, 이제 이 사람에게 남은 길은 손학규가 갔던 그 길 밖에 없어보인다.

4.

 문재인 정권의 가장 나쁜 점은, 사람들의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한국의 현실은 신음 속에 빠져있는 상황인데, 사람들은 코로나 사태 속에 생겨난 국뽕에 독되어있다. 이제 나라의 곳간은 거덜나고, 경제의 기반은 무너지며, 법치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일만 남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저 오늘 내가 누굴 미워해야 하는지만 찾고 그 미운 사람을 누가 혼내주는지만을 보는 1차적인 생각에 몇 년 째 머물러있다.

 하지만 그게 상대의 전략이고, 그 전략에 계속 당해왔다면 어쩌겠는가. 그걸 이길 방법을 찾아야지. 그리고 그 방법은 분명 어떤 순수한 열정이나 내부의 적을 찾자 같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가 그걸 찾을 것이라는 희망은 아직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보면, 참으로 힘든 인내의 여정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나라가 망할까봐 걱정하는 것이었지만, 지금부터는 망한 나라를 어떻게 해야할 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만일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바라면 참음으로 기다릴지니라'

이 망국의 역당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1. 화택(火宅) 옆집에 불이 났다. 불길이 심해서 아무래도 우리쪽 건물로 옮겨붙을 것 같았다. 때문에 건물 일부를 부수면서 까지도 불길이 넘어오지 않게 조치를 해야했지만, 건물 관리인은 가뜩이나 자신이 망쳐놓은 건물 더 망가질까봐 겁나서 건물을 부수지 못하고 불길만 잡으려 했다. 결국 불길은 번져왔고, 한참을 태워먹고 난 뒤에도 아직 불길이 ... » 내용보기

붙임이 좋다 - 1987

1. 다크 나이트에서 조커는 배트맨에게 죄수의 딜레마를 응용한 게임을 제안한다. 죄수가 타고 있는 배와 일반인들이 타고 있는 배, 양 쪽에 폭탄을 설치하고 그 격발 스위치를 상대편에게 건넸을 경우 어떤 결과가 나올까하는 질문은 다크 나이트의 후반부를 이끌어가는 주요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결국 우리가 아는 그 결말이 나오고 그 결말은 그럭저럭 어... » 내용보기

남북정상회담 小考

1. 딱히 말할게 없는 결과사실 크게 할 말은 없다. 무엇보다 글을 쓰다가 중간에 한 번 날려먹어서 다시 쓸 의욕이 많이 사라졌고(;;), 워낙에 예상대로 이루어지고 예상대로 전개되며 예상대로 결론이 나와서 별로 변화된 부분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요즘 언론들이 난리법석을 떠는 것처럼 '평화'에 뭔가 대단한 가치... » 내용보기

'Arsene Who?'에 대한 22년 간의 대답

 내가 해외축구, 아니 축구 자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레알 마드리드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알려준 명문구단이라는 것에 빠지게 된 나는 아직도 투톱하면 생각나는 선수가 슈케르와 미야토비치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그 시절의 몇 년을 제외하면 내 마음 속에 가장 크게 남은 축구단은 아스날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 »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