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2월 11일
신해철 대인의 그 큰 뜻을 범인이 어찌 알겠습니까……만은…
1.연예인들이 광고로 적지않은 돈방석에 앉는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그렇다고 연예인이 광고 찍는다고 '공짜로 돈버네'라고 생각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간단하게, 결국 자신의 이름값을 가져다 판다고 할 수 있으며, 좀 더 풀어쓰자면 자신의 얼굴이나 생각, 각종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전해진 인식 등을 가지고 기업들이 자신의 제품을 파는데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연예인이 무슨 광고를 찍든 그저 다 먹고 사는 짓이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가끔은 연예인이 찍은 광고가 오히려 그 연예인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채광고이다. 사채광고에 나온 연예인들은 광고가 나온 직후 여러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았으며 이후에도 좋지 않은 인식이 심어지게 된다. 물론 그만한 돈은 받았을테니 그런 것도 하나의 거래지만 말이다.
신해철은 분명 훌륭한 가수지만, 그에 못지 않게 특유의 독설과 사회비판적인 시선으로도 인기를 모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신해철이 학원 광고에 나왔다. 그것도 FC Barcelona가 UNICEF 광고를 하기로 한 것처럼 공익성이 강한 것도 아니고 그냥 특정 학원, 그것도 매우 유명한 학원 광고이다. 이에 대해 신해철은 아직 별 말이 없지만, 이미 사건은 커져 버렸다.
2.
무슨 이유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신해철이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이 그 광고에 나왔을때 생길 문제에 대하여 생각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왔다면 자신있게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 2가지로 나누어서 생각해봤다. 하나는 연예인의 광고가 그 연예인에 대한 인식과는 무관하게 경제적 목적에서만 이루어진다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신해철이 찍은 광고가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관점이다.
우선 뒤의 것을 보자면 이야기는 쉬워진다. 무슨 이야기가 오고갈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만들어내기 나름이다. 어차피 그걸 믿든 안 믿든 네티즌들은 남의 말 안 들을테니 그때부터는 지리한 말싸움의 연속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라는게 나오지를 않는다는 것은 둘째치고, 애초에 그렇게 욕먹어가면서 어렵게 이야기하여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예술가가 원래 그렇게 어렵게 말하는 직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능력은 음악할때나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복잡한 것은 앞의 경우이다. 평소 소신은 소신이고, 장사는 장사라는 점이다. 어떤 가수가 자본주의 비판적인 가사로 인기를 끈다고 한들, 그 음반이 팔리는 것은 결국 자본주의 방식이다. 이런 것은 사실 어쩔 수 없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자신의 음악에 따른 소신대로 자본주의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새로운 방식을 동원할 수도 있다.
즉, 하나는 그저 자기는 자신의 뜻을 음악이라는 범주 이상으로 넘기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음악을 통한 자신의 인지도를 음악 밖에까지 넓히는 것인데, 신해철이 둘 중 무엇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다. 여기서 신해철을 그저 말이나 좀 하는 가수로 보아 첫번째의 성격으로 규정한다면, 이번에 나온 광고를 두고 딱히 일이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두번째 경우이기에, 일이 이렇게까지 커진 것이다.
3.
결국 중요한 것은 신해철이 왜 그랬느냐가 아니라 신해철이 그럴 수 있는 위치인가의 여부다. 이와 비슷한 논란으로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들의 공인성(公人性)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따로 할 말이 있지만 간단히 정리하자면, 결국 먹고 살려면 가져야 할 덕목이다. 즉, 애초에 노이즈 마케팅을 노리는게 아니라면 괜히 여러 사람에게 비판받을 짓 해봐야 아무 이득도 없다는 것이다.
역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비판의 소지가 있는 특별한 부분만 피해간다면 그 밖의 나머지는 자유롭다. 때로는 그것이 이득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미국을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보기에 Rage Against The Machine의 음악을 듣지는 않는 것처럼 음악은 자유로운 것이다. 게다가 신해철이 음악으로 좀 유명한 사람인가? 그가 음악으로 할 수 있는 말은 아주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원하든 원치 않았든 이미 그 범주를 벗어나 버렸다. 여기저기 독설을 내뱉으며 토론 프로그램에도 나오는 신해철의 태도나 그런 그의 모습을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던 신해철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특히 그러하다. 이제 그의 발언은 그저 하나의 가수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음악 밖으로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범주가 넘으면 행동 하나하나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자신이 의도하지 않음에도 덤으로 엮이여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기에 예술이나 체육을 하는 사람이 그 범주 밖으로 걸어나오기가 참으로 어려운 것인데, 신해철은 참으로 손쉽고도 자신있게 그것을 넘었다. 그런 신해철이 이제와서 자신의 경제행위의 자유를 주장한다는 것은 너무 편한 생각 아닐까?
4.
물론 이것은 내가 신해철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기에 나올 수 있는 사견일 것이다. 이 부분은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래도 신해철의 이번 일과 관련해서 그나마 논쟁다운 논쟁이 필요한 것도 이 부분이다. 만일 신해철이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고 나오면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 하고자 하려 든다면 그때부터 신해철에게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이제와서 신해철이 '죄송합니다, 제가 돈이 없어서' 이런 식의 사과를 한다는 것도 뭔가 이상한 결말이다. '신해철 원래 그렇다'면서 그를 버리기에는 그를 좋아하던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기에 이렇게 길게 써봤는데, 그래도 정확한 것은 결국 그가 하는말을 들어본 뒤에 나올 듯 싶다. 아마 지금 신해철 본인은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아니면 아무 생각도 없을 것이다.
# by | 2009/02/11 17:34 | Article - Opinion




